
오늘 거래회의에서 구매담당자가 900mt 일괄매입을 제안하고 영업담당자는 500mt만 필요하다고 답했다면 누가 옳을까. 단가만 보면 구매팀, 재고만 보면 영업팀이 이긴다. 하지만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승자가 아니라 90일 뒤 남는 재고와 현금이다.
다음 내용은 설명용 가상 사례를 이용한 현장 교육자료다. 특정 철강회사와 거래업체의 실제 주문·가격·자금상태를 재현한 것이 아니다.
상황: 500mt는 확실하고, 400mt는 아직 아니다
열연강판 유통사에 60일 납품 확정 주문 500mt가 있다. 고객 판매가격은 740,000원/mt, 출고 물량당 운송·가공 변동비는 18,000원/mt이다. 구매처는 500mt 발주 시 710,000원/mt, 900mt 발주 시 696,000원/mt를 제안한다. 계산은 모두 설명용 가정이다.
| 선택 | 매입대금 | 확정 출고 후 남는 물량 | 출고 500mt 기여이익 |
|---|---|---|---|
| 500mt 구매 | 3억5,500만원 | 0mt | 600만원 |
| 900mt 구매 | 6억2,640만원 | 400mt | 1,300만원 |
구매팀이 가져온 할인은 14,000원/mt이다. 그러나 확정 출고량에서 실현될 수 있는 추가 기여이익은 700만원이고, 남은 400mt는 아직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았다. 장부상 재고가 쌓였다는 이유로 전량 할인 효과를 확정이익으로 보지 않는다.
900mt를 사야 할 때와 사지 말아야 할 때
구매 전에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검증한다. 첫째, 추가 400mt를 인수할 고객이 누구인지. 둘째, 언제부터 얼마나 출고할 수 있는지. 셋째, 출고 전까지 발생할 자금·보관·가격 위험이 얼마인지다. 영업사원의 기대는 출고 스케줄과 고객 발주서로, 구매부서의 할인 제안은 품목별 단가와 리드타임으로 증빙한다.
예를 들어 남은 400mt를 90일 동안 보유하면 차입금리 연 6%를 단순 가정할 때 금융비용은 약 412만원이다. 보관비를 5,000원/mt·월로 가정하면 600만원이 더해진다. 같은 기간 처분가격이 10,000원/mt 하락해 전량 판매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400만원의 추가 가격손실도 생긴다. 할인으로 얻은 출고분 기여이익 700만원보다 이러한 조건부 비용 합계 약 1,412만원이 더 커질 수 있다.
단, 400mt를 단기간에 정상가격으로 출고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계산의 목적은 대량매입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재고에 머무는 기간과 실제 판매처를 확인한 뒤 할인액과 비교하는 데 있다.
현장에서 바로 쓰는 7단계 합의표
| 단계 | 확인할 질문 | 주관 부서 |
|---|---|---|
| 1. 주문 분류 | 확정 발주서인가, 구두 문의인가 | 영업 |
| 2. 품목 명세 | 강종·두께·폭·납기·품질승인은 일치하는가 | 영업·품질 |
| 3. 가용재고 | 이미 있는 재고로 대체·가공이 가능한가 | 창고·가공 |
| 4. 공급조건 | 최소발주량, 입고분할, 매입단가, 리드타임은 | 구매 |
| 5. 현금조건 | 매입 지급일, 고객 수금일, 여신한도는 | 재무 |
| 6. 위험시나리오 | 90일 체류·가격 1만원 하락 시 손익은 | 영업·구매·재무 |
| 7. 최종 결정 | 어느 조건에서 500mt·900mt를 선택할 것인가 | 책임자 |
월말 회의의 숫자는 하나로 맞춘다
‘매출 예상 900mt’라는 영업자료와 ‘필요재고 900mt’라는 구매자료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성되면 합의가 불가능하다. 확정 주문은 고객·납기·단가·계약 조건으로 연결하고, 가망 주문은 확정 주문과 별도 표시한다. 공급예정은 실제 제조사 확약 물량과 단순 견적을 구분한다. 그 결과를 규격별 가용재고 및 30·60·90일 현금계획과 연결한다.
ASCM이 설명하는 S&OP는 결국 한 회사가 공통 수요·공급계획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절차다. 대기업 수준의 시스템이 없어도 매주 같은 날짜·같은 기준의 표를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재고자산의 평가와 손실은 IAS 2의 취득원가·순실현가능가치 기준에 따라 회계정책을 적용해야 하므로, 영업용 원가표와 재무제표의 평가액을 혼용하지 않는다.
회사의 공동 KPI는 할인보다 현금이어야 한다
구매는 매입단가 절감액뿐 아니라 초과재고·보충 리드타임을, 영업은 수주량뿐 아니라 실인수·수금일·규격별 기여이익을, 재무는 조달금리와 여신잔액뿐 아니라 납기 실패의 사업손실도 함께 본다. 한 부서의 성과가 다른 부서의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를 없애는 것이 관리자의 과제다.
현장에 남길 질문은 단순하다. ‘이번에 싸게 산 물량이 구체적으로 누구의 생산현장에, 언제, 어떤 규격으로 들어가는가.’ 답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가격이 아무리 좋더라도 구매안에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반대로 납기가 절박하고 대체 공급이 어렵다면 일정 재고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고객 신뢰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
자료 및 원칙: ASCM, Sales and Operations Planning(S&OP); IFRS Foundation, IAS 2 Inventories. 본문의 거래가격·물량·금리·보관료는 시장 실거래자료가 아닌 설명용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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