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 거래에서는 주문서나 출하전표에 적힌 단가가 그 거래의 마지막 가격이 아닐 때가 있다. 특히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거나 제조사와 유통사의 판매주기가 어긋날 때는 출하 시점에 잠정가격을 적용하고 나중에 최종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현장에서는 이를 가가격, 후물 정산, 판매보전 같은 말로 부르지만, 이 용어의 세부 의미는 회사·제품·계약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공통점은 하나다. 매입원가의 일부가 거래 후에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영업사원은 판매할 때는 이익이라고 생각했지만 월말 정산 뒤에는 마진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반대로 보전이 예상보다 크게 반영돼 손익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후정산은 단순한 가격할인 제도가 아니라 제조사와 유통사가 가격변동 위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거래 구조로 봐야 한다.
철강에서는 왜 가격이 한 번에 끝나지 않을까
철강은 생산과 판매의 시간표가 서로 다르다. 제조사는 대규모 설비를 가동하며 생산·출하계획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고, 가공센터와 유통사는 그 물량을 실제 고객 주문에 맞춰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판매한다.
문제는 그 사이 시장가격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제조사가 출하한 가격이 시장에 그대로 정착하면 간단하지만, 수요가 갑자기 위축되거나 재고가 늘어 유통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유통사는 높은 매입원가의 재고를 떠안는다. 반대로 시장이 빠르게 오르면 기존 기준가격과 실제 시장가격 사이에 큰 간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모든 가격을 즉시 다시 고치는 대신 잠정가격으로 먼저 출하하고 일정 기간 뒤 시장상황이나 판매조건을 반영해 조정하는 방식이 등장한다. 철강의 사후정산은 이런 시간차를 완충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쉽다.
가가격·후물·판매보전은 어떻게 다른가
세 용어를 하나의 법적·표준적 정의로 묶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장 사용법이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 실무에서는 다음처럼 구분해 생각하면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 용어 | 실무적으로 이해할 핵심 | 확인해야 할 것 |
|---|---|---|
| 가가격 | 우선 잠정가격으로 출하하고 최종가격을 나중에 확정 | 최종가격 결정 기준과 확정일 |
| 후물 정산 | 거래기간이 지난 뒤 가격 차이를 정산하는 방식 | 적용 기간, 대상 출하분, 조정폭 |
| 판매보전 | 시장 하락 등으로 발생한 유통 판매부담 일부를 공급사가 조정 | 보전 대상 재고·판매분과 조건 |
중요한 것은 명칭보다 실제 계약 구조다. “보전이 있다”는 말만 듣고 거래하면 안 된다. 어떤 물량에, 어떤 기준으로, 언제, 얼마까지 적용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후정산은 사실상 ‘열려 있는 매입가격’이다
유통사의 기본 마진은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실질 마진 = 고객 판매가격 - 최종 매입가격 - 가공비 - 물류비 - 금융비용 - 기타 비용
사후정산 거래에서는 이 식의 ‘최종 매입가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출하 당시 계산한 마진은 확정마진이 아니라 잠정마진이다.
예를 들어 100톤을 잠정 100만원/톤에 매입하고 102만원/톤에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비용을 제외하면 출하 당시에는 200만원의 매매차익이 보인다.
| 가상 시나리오 | 최종 매입가격 | 판매가격 | 100톤 단순 매매차익 |
|---|---|---|---|
| 잠정가격 그대로 | 100만원/톤 | 102만원/톤 | 200만원 |
| 3만원/톤 하향 정산 | 97만원/톤 | 102만원/톤 | 500만원 |
| 2만원/톤 상향 정산 | 102만원/톤 | 102만원/톤 | 0원 |
이 수치는 구조 설명을 위한 가상 예시다. 실제 정산 방식과 금액은 거래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톤당 몇 만원의 정산 차이가 거래 전체의 이익을 바꿀 수 있다.
사후정산이 필요한 이유와 위험한 이유는 같다
사후정산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시장가격이 크게 움직였을 때 제조사가 기준가격을 매번 바꾸지 않아도 유통재고의 부담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 유통망이 지나치게 높은 원가 재고에 묶여 판매를 멈추는 것을 완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유연성이 위험이 된다. 거래를 시작할 때 최종 원가가 닫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산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유통사는 거래가 끝난 뒤에도 자신이 얼마를 벌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특히 “이번 달에는 보전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고객가격을 먼저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 예상한 보전이 나오지 않거나 적용 물량이 줄어들면 할인해준 금액은 그대로 유통사의 손실이 된다.
같은 사후정산이라도 누가 위험을 부담하느냐가 다르다
제조사
제조사는 생산과 출하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본다. 유통사가 고가 재고 부담 때문에 매입을 멈추면 제조사의 출하계획도 흔들린다. 따라서 사후정산은 유통망의 판매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기준이 일관되지 않으면 대리점 간 형평성 문제와 가격정책의 신뢰 문제가 생긴다.
가공센터·유통사
유통사는 시장가격과 재고를 직접 맞는다. 사후정산이 손실을 완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최종 원가가 늦게 확정되면 고객별 마진과 재고평가가 흔들린다. 여러 달의 재고가 섞이거나 같은 규격을 다른 조건으로 매입하면 정산 추적은 더 어려워진다.
수요가
수요가는 가능한 한 구매원가를 미리 알고 싶어 한다. 유통사가 상류의 미확정 가격위험을 떠안고 고객에게 고정가격으로 공급하면 위험이 유통사에 집중된다. 반대로 고객가격까지 사후연동되면 수요가의 원가예측이 어려워진다.
‘월말에 얼마 보전받았나’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사후정산은 손익뿐 아니라 회계와 현금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출하 당시에는 높은 매입원가로 매입채무와 재고가 잡혔다가 나중에 가격이 조정되면 이미 판매된 물량과 남아 있는 재고를 나눠 다시 봐야 할 수 있다. 영업팀이 계산한 마진과 회계상 확정손익의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사후정산이 많은 거래에서는 단순한 월별 판매마진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다음 네 가지를 분리해 봐야 한다.
- 이미 판매된 물량의 잠정 마진
- 아직 재고로 남은 물량의 미확정 원가
- 예상 정산차와 최악의 경우 정산차
- 정산 확정일과 실제 현금 반영 시점
영업관리표에 ‘정산 노출액’을 추가하라
사후정산을 관리 가능한 거래로 바꾸려면 “보전 받을 것 같다”는 감각을 숫자로 바꿔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고객별·로트별 손익표에 정산 관련 열을 추가하는 것이다.
| 관리 항목 | 실무 질문 |
|---|---|
| 잠정가격 | 현재 매입원가는 얼마로 잡혀 있는가 |
| 정산 방식 | 시장가격, 판매실적, 재고 등 무엇을 기준으로 조정하는가 |
| 대상 로트 | 어느 출하분과 재고분까지 해당하는가 |
| 예상 조정폭 | 톤당 얼마가 위아래로 열려 있는가 |
| 정산 노출액 | 미확정 물량 × 예상 최대 조정폭은 얼마인가 |
| 확정일 | 언제 실제 마진을 닫을 수 있는가 |
예를 들어 정산 대상 미확정 물량이 500톤이고 예상 조정폭이 ±2만원/톤이라면 정산 노출액은 최대 ±1,000만원이다. 이 수치는 실제 가격전망이 아니라 현재 거래가 가진 불확실성의 크기를 보여준다.
좋은 사후정산에는 다섯 가지가 먼저 정해져 있다
- 기준: 무엇을 보고 가격을 조정하는가.
- 기간: 어느 출하월·판매월을 대상으로 하는가.
- 물량: 판매분만인지 재고분도 포함하는가.
- 범위: 조정폭에 상·하한이 있는가.
- 시점: 언제 최종가격과 손익을 확정하는가.
이 다섯 가지가 합의돼 있다면 사후정산은 가격변동 위험을 분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정산 후에 기준을 해석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영업정책이 아니라 분쟁의 원인이 된다.
관행을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법
철강 유통에서 사후정산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항상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기억과 월말 협상에 의존하던 것을 데이터와 규칙으로 바꾸는 것이다.
발주 단계에서 정산 조건을 남기고, 입고 로트에 잠정가격과 정산유형을 연결하고, 판매 시점에는 잠정마진과 최악 마진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정산이 확정되면 차액이 어느 고객·어느 로트의 손익으로 귀속되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영업사원의 성과도 출하 당시 예상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닫힌 마진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구매팀과 영업팀이 서로 다른 정산 예상치를 갖고 싸우는 일도 줄어든다.
기억할 한 문장
사후정산은 ‘나중에 가격을 깎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최종 매입가격이 열려 있는 동안 제조사와 유통사가 가격변동 위험을 나누는 구조다.
그래서 좋은 철강 영업은 보전액을 잘 받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정산 기준과 대상 물량, 확정 시점을 알고 그 미확정 위험을 숫자로 관리해야 한다. 가격이 나중에 정해질 수 있다면 마진도 나중에 확정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사후정산 거래의 출발점이다.
철강 시황과 산업 뉴스는 철강정보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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