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영업회의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다. ‘오늘 열연 얼마인가?’ 그런데 이 한마디에 답하려고 하면 곧바로 여러 숫자가 튀어나온다. 철강사가 제시한 가격, 유통업체 호가, 중국산 오퍼, 고객 비드, 그리고 어제 실제로 체결된 가격까지 서로 다르다.
여기서 철강 영업의 첫 번째 원칙이 드러난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와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 가격은 같은 것이 아니다. 영업이 해야 할 일은 숫자를 많이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격 가운데 무엇이 실제 거래를 움직이고 있는지 읽는 것이다.
가격이 하나가 아닌 이유
같은 열연이라도 제조사, 강종, 규격, 물량, 납기, 운송조건, 결제기간, 가공 여부가 달라지면 거래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시세가 100만원’이라는 말만으로는 거래를 판단하기 어렵다.
| 가격의 종류 | 현장에서 의미하는 것 | 확인할 것 |
|---|---|---|
| 철강사 기준가격 | 공식 또는 준공식 판매 기준 | 할인·장려금·계약조건 |
| 유통 호가 | 판매자가 제시하는 희망가격 | 실제 체결 가능성 |
| 고객 비드 | 구매자가 받아들이려는 가격 | 실제 주문 의사·물량 |
| 수입 오퍼 | 해외 공급자의 제시가격 | 환율·운임·관세·입고시점 |
| 성약가격 |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 가격 | 물량·결제·운송조건 |
| 재고처분 가격 | 현금화를 위한 예외적 가격 | 정상 시장가격인지 여부 |
특정 유통업체가 자금 사정 때문에 저가로 처분했다고 해서 시장 전체가 그 가격으로 내려갔다고 볼 수 없다. 반대로 철강사가 인상을 발표했다고 해서 바로 그 가격에 거래가 붙는 것도 아니다.
‘다른 데는 더 싸다’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고객이 ‘다른 곳은 톤당 2만원 싸다’고 말할 때 가격만 맞춰주면 협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베테랑은 먼저 조건을 묻는다. 같은 제조사인가, 같은 규격인가, 운송비가 포함됐는가, 결제기간은 같은가, 그 가격에 실제 공급 가능한 재고가 있는가, 그리고 고객은 그 가격이면 지금 주문할 것인가.
가격만 따라가면 영업은 숫자의 추종자가 된다. 조건을 분해해서 보면 비로소 거래의 실체가 보인다.
시장가격은 ‘거래가 붙는 구간’에 가깝다
시장 중심가격을 찾으려면 한 번의 예외 거래보다 반복성을 봐야 한다. 여러 업체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실제 물량이 움직이는지, 특정 규격만 급하게 처분되는지, 고객 문의가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결국 봐야 하는 것은 가격·물량·반복성이다. 여기에 재고와 납기까지 얹으면 시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가격표보다 먼저 움직이는 신호들
하락장에서는 공식 호가가 그대로여도 견적 뒤 회신이 늦어지고 실제 협상 폭이 넓어진다. 문의는 많은데 주문은 줄어들 수 있다. 상승장에서는 반대로 특정 규격이 먼저 부족해지고, 견적 유효기간이 짧아지며, 구매자가 가격보다 재고 보유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가격표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는데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이동한 셈이다.
같은 100만원도 같은 거래가 아니다
| 조건 | 거래 A | 거래 B |
|---|---|---|
| 판매가격 | 100만원/톤 | 100만원/톤 |
| 물량 | 100톤 | 10톤 |
| 결제 | 현금 | 90일 외상 |
| 운송 | 고객 부담 | 판매자 부담 |
| 가공 | 없음 | 절단 포함 |
| 거래형태 | 정기 주문 | 일회성 주문 |
명목가격이 같아도 실제 수익성은 다르다. 철강 영업에서 가격을 듣는 순간 물량, 결제, 운송, 가공, 출고시점까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가격 하나는 점이고 시장은 선이다
국내 유통가격, 중국 오퍼, 철광석, 스크랩, 선물가격, 환율, 운임 같은 숫자가 많아졌다고 해서 시장을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중국산 열연 오퍼가 하락해도 환율이 오르거나 국내 재고가 부족하면 국내 거래가격은 바로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수입계약 물량의 도착시점, 철강사의 가격 방어, 수요산업의 구매 속도까지 연결해야 한다.
정보는 연결되어 행동을 바꿀 때 비로소 영업 자산이 된다.
결국 시장은 ‘누가 더 급한가’의 문제다
판매자가 재고와 자금 압박 때문에 빨리 현금화해야 하면 구매자의 협상력이 커진다. 반대로 고객이 생산 일정 때문에 특정 규격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면 판매자가 주도권을 갖는다.
누가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 누가 현금이 필요한가. 누가 판매목표를 채워야 하는가. 누가 소재를 반드시 사야 하는가. 누가 기다릴 수 있는가. 가격 뒤의 시장을 읽으려면 이 질문들이 필요하다.
첫 번째 영업 질문을 바꿔보자
‘오늘 가격이 얼마인가?’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그 가격에서 실제로 누가 사고 있는가?
얼마나 사고 있는가?
판매자와 구매자 가운데 지금 누가 더 급한가?
가격표는 누구나 볼 수 있다. 가격표 뒤의 재고, 물량, 고객의 태도와 판매자의 사정을 읽는 것은 별개의 능력이다.
가격을 아는 영업사원은 견적을 낼 수 있다. 시장을 읽는 영업사원은 거래를 설계할 수 있다.
철강 시황과 산업 뉴스는 철강정보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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